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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건/해결사건

춘천 형제 살인사건의 전말.

by O.N.E 2021. 1. 15.







춘천 형제 살인사건의 전말.


2015년 4월 1일 수요일 오전 1시 35분쯤. 
고등학교 3학생이였던 장민준 군은 잔뜩 취한 채, 상가 건물 2층에 있는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고 귀가합니다. 
부모님의 꾸중을 들을 법도 했지만, 집은 조용했습니다. 
사실 가족들에게 민준군이 이렇게 늦게 귀가하는 것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도 익숙한 모습이였습니다. 
집에 들어온 민준 군은 현관 오른쪽에 위치한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이 방은 민준 군보다 2살 어린 지훈 군과 함께 지내고 있는 약 3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였죠.
방에 들어갔더니 당시 지훈군은 누워서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었습니다.
형이 들어오는 인기척에 힐끗 뒤를 돌아봤지만, '아씨.. 오늘도?' 라는 표정으로 한번 형을 쳐다본 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죠.

 

그런데 형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런 인사도 없는 그런 동생의 모습때문이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였을까요? 


형은 별안간 동생의 배를 몇 차례 밟으면서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그 날의 폭행은 시작됐습니다.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지훈 군한테 형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부터 내가 너를 때릴테니깐 알아서 잘 막아봐"
그러면서 민준 군은 주먹으로 동생의 옆구리를 수차례 가격합니다. 

한 편, 방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 달려온 아버지는 이성을 잃고 동생을 때리고 있는 큰아들을 뜯어말려 보지만, 민준 군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계속해서 동생을 구타했죠. 
동생 또한 온 몸으로 맞서보지만, 술에 취해 과격해진 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였습니다. 




그렇게 20여분 정도가 지난 오전 2시. 
잠깐 아버지가 형을 잡고 있는 사이 동생은 서둘러 부엌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땐 그의 손엔 주방 칼이 쥐어져 있었죠. 
그는 흥분한 모습으로 형에게 돌진하게 되었고, 칼에 찔린 형은 곧이어 그는 바닥에 쓰러져 버립니다. 
놀란 아버지는 곧바로 119 구급대원을 불렀지만, 큰아들 민준 군은 결국 사망하고 말았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경찰이 도착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진술과 더불어 현장감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후, 동생 지훈 군을 형 살해 혐의로 체포하게 돼죠. 

가족간의 벌어진 끔찍한 비극. 이 사건은 국민 참여 재판으로 열리게 됐습니다.
재판에서 변호사는 법의관에게 칼이 몸에 들어간 부위에 대해 자세히 묻게 되는데, 법의관이 말을 하길 "칼이 들어간 범위가 늑골의 연골이다. 이 부위는 다른 곳보다 약한 부위라서 작은 힘으로도 칼이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라고 말합니다. 
변호사는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즉, "이건 일부로 찌른것이 아니다. 살인의 의도가 없는 우발적인 사건이였는데, 그곳이 워낙 약한 부위였기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 라며 설득하게 되죠. 

지훈 군은 아직 17살이였고, 부모님의 눈물,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 이런 모습들이 배심원들의 마음을 자극했던 걸까요? 
이 재판은 결국 '형의 계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동생의 우발적인 행동이다.' 라고 판단이 되었고, 지훈군은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그렇게 춘천 형제 살인사건은 마무리 되는 줄 알았죠. 


그런데 1심 선고 이후, 곧바로 검찰이 항소합니다. 왜그랬을까요? 






바로 현장에 남아있는 혈흔과 민준 군의 사체가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다시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이 출동했던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건 발생 30분이 지난 오전 2시 30분쯤 경찰들이 사건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꽤 심각한 표정으로 오가는 경찰들 사이에서 형제의 아버지는 현관 앞에서 조용히 담배를 태우고 계셨죠. 마치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정리한 것 같았습니다. 
경찰들은 아버지한테 큰아들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아버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증언하셨습니다. 
"내가 큰아들을 머리쪽에서 제압해 누르고 있었는데, 작은 아들이 다가왔고 칼로 찔렀다. 잠시 후, 큰아들이 힘이 빠지면서 엎어졌다."

동시에 경찰은 동생 지훈 군에게도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형이 아버지에게 붙잡혀 있을 때, 내가 너무 화가나서 욱하는 심정에 칼을 가지고 와서 형을 찌른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방을 나왔는데 이 후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춘천 형제 살인사건의 중요한 범행 도구인 그 칼은 어디에 있을까요?






어머니가 작은아들이 들고있던 칼을 뺏어서 주방 싱크대에 던졌다고 진술합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그날에 상황을 설명하는데 있어 계속적으로 덧붙이면서 강조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형 민준 군이 동생을 지속적으로 폭행해 왔고, 그 과정에서 억눌려왔던 분을 참지 못한 동생이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절대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 라며 강하게 호소하게 되죠.

하지만 경찰들은 이 진술만으로 동생이 형을 찌르는 것이 고의였는지, 아니면 우발적이였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만약 고의성이 인정이 된다면, 처벌 수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현장감식을 할 필요가 있었죠.

사건 현장의 내부는 피해자의 혈액이 뿜어져 나와서 곳곳이 참혹하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경찰들은 집안 곳곳에 남겨진 혈흔에 주목을 하게 되는데 먼저 어머니가 싱크대에 던져놨다던 칼을 살펴보기 위해 경찰이 부엌에 들어가 보는데, 여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애초에 진술과 달리 칼이 싱크대가 아니라 식기건조대 쪽에 올려져 있었던 거죠. 
더 이상한 것은 사람을 찌른 칼이라면 상당량의 피가 묻어 있어야 할텐데, 어쩐일인지 칼 끝에서는 아주 적은 양의 혈흔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이걸 이상하다고 여긴 경찰은 '혹시나 혈흔을 씻어낸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을 했고, 싱크대 주변에 루미놀을 뿌리게 됩니다. 
(루미놀은 아주 소량의 혈흔과 반응을 해도 형광색을 띄는 시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깨끗이 청소된 사건 현장이라 하더라도 이 루미놀을 뿌리게 되면 혈흔의 흔적이 나오게 되죠.) 

그렇게 하자 개수대와 배수구 주변에서 형광으로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즉, 누군가 칼을 씻었다고 밖에 볼 수 없겠죠.
경찰은 이점으로 봐서 '동생 지훈 군이 살인 흔적을 감추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 라고 생각을 했고, 그렇다면 이것은 처음부터 고의성을 가진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품게됩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는 부족했죠. 더 자세한 현장감식을 위해, 경찰들은 춘천 형제 살인사건이 일어난 방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여러분도 위에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은 하단 바닥입니다.
즉, 사진속 B구역에 피해자로부터 흐른 혈흔이 있고, C구역 즉, 옷장 주변에 약간 말라붙어 있는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A구역을 보시면 시신의 옆쪽 옷걸이에 걸린 셔츠에 혈흔이 약간 발견 되었습니다. 
바닥에 흘러넘친 혈흔은 안타깝게도 훼손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제일 먼저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엎드려 있던 바로 눕히면서 상처부위에 붓는 응급처지 과정을 했는데 그때 혈흔이 훼손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깐 여기서 어떤 단서를 추정하기 어렵겠죠.

혈흔이라는 것은 사건현장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죽음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공기를 가르고 날아간 비산혈흔을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칼이나 몸에서 나온 피에 의해서 생기는 비산혈흔을 통해서 피해자나 가해자의 어떤 자세나 위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입니다. 

그런데 C구역 옷장 주변 혈흔, 그리고 A구역 옷걸이에 걸린 셔츠의 혈흔 두개다 비산혈흔의 모양이였죠. 
옷장주변의 C구역건은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4개의 핏자국이 발견되긴 했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 누런빛으로 말라붙어 있었는데, 이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단 되었습니다. 
왜냐면, 이건 아버지가 예전에 큰 아들을 체벌할때 생긴 자국이라는 진술을 듣게 되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옷걸이 맨 앞에 걸린 흰색 줄무늬 셔츠에 보였던 3개의 비산혈흔입니다. 
이건 어떻게 생긴 걸까요? 그리고 과연 이 사건과 관련된 혈흔이였을까요?






이 혈흔은 그 죽음의 찰나를 설명해줄 수 있는 아주 결정적인 혈흔이였습니다. 
검식안은 '이 비산혈흔이 생긴 과정을 엎드려 있는 형에게 동생이 낮은 자세로 다가가서 가슴을 향해 칼로 찌른 후에 칼을 다시 빼는 과정에서 칼날에 묻어있던 혈흔이 포물선을 그리며 옆에 있는 셔츠에 묻은 것이다.' 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셔츠 뒤에있던 점퍼 소매, 옷걸이 바로 옆 탁자 위에 있는 종이가방에서도 혈흔이 발견되죠.
이게 그 당시 칼이 어떻게 들어갔고, 어떻게 빠졌는지 출혈부위의 위치를 밝혀줄 결정적인 퍼즐 조각이 된겁니다.
 
또 한가지 민준 군의 사체를 부검해본 결과, 칼이 들어가면서 갈비뼈를 부러뜨렸는데 그 칼 끝이 등쪽 갈비뼈까지 닿을 정도로 칼의 많은 부분이 몸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도 확인됩니다.
그렇게 여러가지 조각들을 맞췄을때 검찰측은 그날밤의 진실에 대해서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아버지의 의해서 제압당해 무릎을 꿇고 있던 피해자에게 동생이 왼손에 칼을 들고 형의 오른쪽 가슴을 찔렀는데, 거의 등까지 닿을 정도로 깊게 들어갔고, 이 후 가해자는 칼을 쥔 왼손을 허리에 닿을 만큼 빼게 되는데 그 때, 피가 튀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동생 지훈 군은 형을 우발적으로 우발적으로 찌른 것이 아닌 훨씬더 강한 힘으로 고의성을 가지고 살인한 것은 아닐까요?






이런 합리적인 의심으로 검찰이 항소를 하게 된 것이였습니다.
만약 이 범행이 우발적이였다면, 19살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그렇게 깊숙히 찌르기 어려웠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것은 법의관의 의견이였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시작된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가해자 지훈 군이 고의성을 가지고 있었다 라고 인정했고, 무죄가 아닌 장기 3년 단기 2년 6개월을 선고하게 됩니다.
이 후 가해자쪽은 항소하게 되지만, 대법원은 기각하고 형을 확정하게 되죠.
이 사건에서는 이 비산 혈흔의 위치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아주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그 비극적인 날 두 아들 중 한명이라도 지켜보려 했지만, 결국 그 날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한순간에 부모님은 두 아들을 잃은 기분일텐데요. 
차라리 거짓말이였음 좋았을 4월 1일 만우절에 벌어진 참혹한 형제간의 비극. 
지금까지 춘천 형제 살인사건의 전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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